20100729

Q10

1- joy and pain
어린시절의 이 아이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집 바로 아래에 슈퍼아저씨와의 기억이 난다. 파라솔 테이블에 쥐콩만한 아이를 올려놓고 내려달라는 반응을 보고 즐거워한다. 슈퍼에 있는 모든것은 다 가질 수 있다. 달달함을 실컷 느낀뒤 집으로 돌아갈때 한손에는 500원짜리 동전이 쥐어져있었다. 거의 매일의 일상인듯 슈퍼에서 찍은 사진이 많다. 할머니는 대학가 앞에서 돈가스집을 했는데 장사가 꽤 잘됐다. 저녁은 거의 돈가스가 잘팔리는 치킨집에서 먹었다. 만화를 보고있으면 삼촌이 과자를 저만큼 사와 던져준다. 그게 참 좋았었다. 자기전에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릴때마다 이모가 크레파스색을 골라줬다. 이모는 미술을 잘한다고 믿었었다. 할아버지는 애주가다. 항상 취해 들어오는데 어느날은 '니 이름정도는 한문으로 쓸줄 알아야혀' 하며 억지 펜을 쥐게했다. 5살인데. 할아버지가 아이 등뒤로 손을 감싸안고 한획씩 글씨가 완성시켰다. 다섯차례 정도 썼던것같다. 하지만 다시 기억할 수가 없었다. 나중엔 몇살 더먹고 국민학교때 이름 한문을 못쓰는 아이들앞에서 써보이며 우쭐댔다. 할아버지의 술냄새는 싫었지만 그 배움은 유용했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귀염을 받아 많이 제멋데로였다. 겁도 없이 혼자 역근처에 있는 백화점에 갔다가 이모를 만나 납치당한적도 있다. 사방천지를 활보하고 다니는 바람에 이름과 집번호가 적힌 팔찌와 목걸이를 항시 하고 다녔지만, 뭔가를 걸친다는게 너무 싫어서 그것을 며칠만에 끊어먹기 일수였다.

국민학교 저학년. 오두방정 깨방정으로 반에서 인기가 많았다. 재밌는게 좋았다. 하지만 나를 싫어하는 태권도를 배우고 인상을 쓰는 아이들이 싫었다. 싸우는게 싫지만 그래도 맞는건 더싫었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싸우다 피를 봤다. 그뒤로 나는 익살꾸러기가 될수 없었다. 누구도 조심히했고, 망설여했다. 졸지에 나는 무서운 아이가 되었다. 초등학교로 넘어와서도 그이미지는 안산으로 전학 가기 전까지 이어졌다. 그랬던것같다. 어릴때에 난 웃는게 정말 좋았는데. 개그맨 흉내 정말 잘냈었는데. 맑은 음은 없어지고 분노는 커저만갔다. 안산에서의 짧은 6학년을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갔다.

안산에 온지 몇개월쯤 됬었을까 친구가 없었다. 처음으로 낯을 가렸다. 두려웠다. 또 언젠간 싸우고야 말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몇주도 안되어 같은반 친구가 생겼다. 다른반은 모른다. 싸움구경도 하고 맛있는것도 얻어먹고 노래방도 가고 재밌게 지냈다. 그때까지는. 나의 병은 낯가림에서 남의 싫은점을 찾는 병이 하나 더 생겼다. 처음엔 한친구를 버렸다. 그 다음에 또. 분이 안풀릴때까지 때렸다. 이유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모욕감이 드는 말을 했던것같다. 그리고 또 한동안 아무와도 잘 지내지않았다.


중학교때 대희와 광준이를 만나 좋았던 기억보단 지우고 싶은 기억이 더 많이 생겼다. 소위 말하는 일찐이 되었고, 술과 담배를 시작했다. 나 자신은 순수하다, 그래도 난 저들고 달르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그생각마저 부셔지게됬다. 누구보다 셋은 친했다. 근데 시간이 갈수록 도데체 뭐가 잘못이였는지. 내가 느끼는 모욕감은 극에 달했다. 나 스스로 싸움을 요청한건 그때가 처음이다. 정말 웃기고 아이러니 한것은 싸움이 끝난후 나에대한 대희의 표정과 행동이 180도는 아니지만 그근처까지 바뀌었다. 더이상 친해지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은건 그때부터다. 광준이도 미웠다. 그동안 넌 뭐야. 나한테 그러면 안된다고 말해줄수도 있었어. 나쁜놈. 교복에 피가 묻은채 복도를 거니는데 아이들은 내 걱정을 했다. 그리고 내 교복을 뺏어가 빨아준 아이도 있었다. 다음 쉬는 시간이 됐을땐 소문이 이미났다. 형들이 내려왔고, 욕싸대기를 맞았다. 반면 그동안 나와 비슷한 모욕감을 느꼈던 2학년들은 나에게 대리만족을 느낀걸 봤다. 이런 웃긴일이 앞으로 얼마나 더 벌어질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전의 김창현은 없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악해졌고 그전의 순수함을 없애려 노력했다. 웃음을 감췄고 눈물은 없었다. 이젠 둘이하는 싸움은 없었다. 일방적일뿐. 그들과 같아지고 있었다. 거침없이 욕도 하고 이유없이 구타하는일을 버릇처럼 행동했다. 다시는 그런 수모를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폴레옹 증후군으로 청소년기를 앓았다. 그 좋은시절이 정말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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